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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LCD 패널 제조업체 재팬디스플레이가 대만 중국  연합으로부터 받기로 한 8160억 원에 해당하는 구제자금이 돌연 취소되면서 위기를 맞았는 데요. 최근  '애플 후광효과'에 힘입어 이치고 에셋 자산운용사로부터 97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긴급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애플이 한국 업체들의 독점을 깨고자 '구원투수'로 나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때 세계 LCD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OLED 등 신기술 개발에 뒤처졌지만 애플을 선두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애플 워치의 패널 공급으로 재팬디스플레이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 네티즌 반응은 냉철했습니다. "경영난에 한국한테까지 버려지고 이제 와서 다시 잘해보자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는 수준이 되었다는 거다. 나도 집에 LG 제품이 대부분인데 다른 사람들도 말할 거 있나?", "아베가 오늘도 한건하네. 잃어버린 20년 대부분이 아베 정권 시기였는데. 일본 파산까지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 가자"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대다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애플이 선제적인 지원을 하며 재팬디스플레이의 파산 우려를 해소시키면서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합류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통합해 출범한 회사이며 정부 산하기관인 산업혁신기구가 히타치, 도시바 , 소니 등 3개사의 관련 사업부문을 통합해 세운 회사입니다.

 

 

출범 직후 아이폰 전용 LCD 패널을 주로 공급했으며 한 때 일본 내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부진과 한국,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실적이 고꾸라졌으며 최근 5년 적자를 기록해 자금난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전 1970년대 샤프가 계산기용 액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급성장한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은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고 소니 등 10여 개 기업이 LCD 패널을 생산하던 일본은 1998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80%대 점유율을 자랑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AOU(에이 오유) 등 한국과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 분위기가 바뀌었는 데요.  이후 일본 업체들의 LCD 시장 점유율이 2006년 16%까지 떨어지면서 2016년에는 샤프가 대만 훙하이에 팔리는 등 수난사가 이어졌습니다. 

재팬디스플레이가 몰락한 원인으로는 아시아 경쟁기업들과의 투자 경쟁에서 뒤처졌고, 신기술 개발 경쟁에서도 기회를 놓친 점이 우선 꼽힙니다. BOE(비오 이) CSOT(시에스 오티)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으며 중국 업체들의 중소형 및 대형 LCD와 OLED 등으로 전선을 넓혀가며 가격 공세를 펴는 탓에 재팬디스플레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애플이 공급 업체를 살리고자 투자하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만 업계에서는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의존도를 낮추고자 재팬디스플레이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재팬디스플레이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애플이 나섰고 2억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의 직접 투자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애플에 노트북을 제조·납품하는 대만 위스트론과 홍콩계 펀드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도 각각 5000만 달  러(약 585억 원), 1억 8000만 달러(약 2100억 원)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애플은 공급 계약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급선을 바꿔왔는데요. LG디스플레이가 장악했던 스마트워치용 패널도 재팬디스플레이가 함께 공급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재팬디스플레이는 지난달부터 애플 워치 5에 쓰이는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패널의 경우도 애플이 중국 BOE, LG디스플레이에 추가로 공급계약을 했으며 지난 9월 공개된 아이폰 11에는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이 일부 탑재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의 지각변동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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